가을이 전하는 소리 ㅡ 주숙경
솔개그늘 곁으로
막새바람 콧 끝을 간지럽히면
하마 가을이 전령 앞지르고 다가 와
무거운 발걸음을 자드락길로 이끌지요
찬바람이 품어버린 숲을 지나면
꽃빛발 넘치는 곳에 멈추지요
숲길을 한참 걷다 보면
수줍은 막새바람 가는 길을 비켜주는
꽃잎들의 작은 움직임이 수다스럽습니다.
그 재잘거림들 속에
그대 소식 있으려나 귀기울이면
포로롱 날아 가 버리는 꽃잎들
가을이 전하는 소리는
다시금 귀기울이게 하고
뒤돌아 자드락길을
재촉하듯 내려오다 보니
어느새 품에 안은 가을 향기.
어쩌면
그 향기 속에 그대가 숨어있는지
모르겠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