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별은 손끝에 있고
서러움은 먼데서 온다.
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
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나며
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
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.
누가 알랴
사람마다 누구도
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.
돌아 앉은 산들은 외롭고
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.
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.
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
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.
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.
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
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.
사람들은 왜 모를까
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
꽃이 된다는 것을.
-김용택 -